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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신념
立敎 154(1901)年 3月 호
신앙은 곧 믿음이다. 신앙은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기 때문에 대상은 같을 수 있어도 신앙의 깊이나 보는 각도는 각각일 수 있겠다.
신앙은 먼 길을 직접 다 걸어보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먼 길을 다 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성 때문에 믿음을 갖고 그걸 자기 체험함으로써 확신이 이어지고 기꺼이 목숨마저도 바치겠다는 진실이 우러나는 것이다.
폭풍우 속에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 바닷물이 넘쳐들고 승객들은 좌충우돌, 순간을 다투고 있다. 죽음이 각자의 앞으로 찾아드는 긴박한 시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선교사가 있었다. 구명대를 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자기 생명을 살기보다는 남을 도우다 끝내는 배와 함께 가라앉고 말았다.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개울에 실족하여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Y라는 포교사가 있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정신병자인 처녀를 아내로 맞이한 J라는 포교사가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그 여자를 구할 수가 없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것을 결정한 것이었다.
'이 십자가를 밟으면 살려 주겠다. 그러나 밟지 않는 자는 능지처참하겠다'며 경고했고, 대문 저쪽에서는 밟지 않고 지나다 죽는 비명소리가 나는데도 그것을 밟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찰나가 지나면 터지고 여러 부하들이 사상될 것이다. 빨리 도망가면 자신만은 살 수 있을텐데도 육탄으로 수류탄을 덮쳐 부하들을 구출한 사연이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나가 피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리를 지킨 셈이다. 선교사의 희생으로 그의 신(神)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십자가를 밟지 않은 선교사들의 희생으로 그들의 진리가 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지휘관의 희생이 몇 명의 부하의 목숨뿐만 아니라 군인의 얼을 지켜냈지 않았든가.
그러나 포교사의 희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얼은 고사하고 난도질이나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온갖 비방 짊어지고 허기진 배를 안고 구제에 나선 리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포교사가 굳이 죽지 않아도 구제 자체가 희생이 아니고는 어렵다. 그럼에도 영광을 선사히기 보다는 [물에 빠져 죽을 인연] 아니면 [인연끼리 만나 -] 혹은 [평소 성질(인연)이 그렇더니 결국 그렇게 죽는구나]고 몰아 부치는 풍조가 만연하다. 그것도 제법 알 만한 사람일 때는 2,30년 간 감화꺼리가 되기도 한다.
'1985,6년도에 신각과 목표에 대해 한창 시비가 붙었을 때, 만약 공산당이 처내려와 목표를 버리면 살려준다고 했더라면 몇 명 정도가 목숨바쳐 지켜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도 숙제로 남아 있다.
교조 50년 간의 모본은 자신을 버리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벨테면 베라. 그러나 리는 남는다.]고 하신 그 정신으로 이 길이 버티온 것이다. 36년 동안 일본인에 의해 주권이 침탈되고 지배 당해 왔다. 만약 그 때 일렬형제라는 리를 깨달은 단 한두 사람의 용재가 리를 지키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버티면서 오야사마의 [천황이나 농사꾼이나 혼은 같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희생을 보였다면, 하나의 밀알이 수천 수만의 양식이 되어 일립만배의 효능으로 되돌아 와 오늘날과 같은 쓰라린 이념 갈등의 골은 치유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용재들의 정신에 신념이 없고 신관이 결여되면, 세상을 구제하기는커녕 세상에 마음이 빼앗겨 포수가 사냥되는 꼴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동강난 모습이 더 동강나지 않으란 법은 없다. 동강나는 것도 하나에서 출발했듯이 하나되는 것도 여럿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지 모른다. 진실로 이 길을 영혼말대 자손만대의 길이라 깨닫는다면 신념체계를 완성시키지 않고서는 길은 끊어져 버릴 것은 자명한 일이라 볼 때, 이어지지 않는 길을 위해 아까운 시간 낭비보다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고취시켜 희다고 장담해온 뜻에 자손만대가 함께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길을 닦았으면 좋겠다.
立敎 154(1901)年 3月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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