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코스타 콩크리디아호가 좌초 침몰된지 6일만에 한국인 34명 중 22명이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귀국했다.
그 가운데는 딸 소연이와 사위 태운군이 함께 했다.
지난 1월 7일 명동 로얄호텔에서 성대하고 거룩한 결혼식을 올리고 2주간의 특별 휴가를 받아 이탈리아선적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크리디아호를 예약해서 신혼 여행을 떠난지 일주일만에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현지시간 13일 금요일 밤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는 날을 악몽의 날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실감이라도 하듯 로마 인근 기글리오섬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 침몰되었던 것이다.
14일 새벽 긴급 연락을 받고 외교통상부를 통해 로마 영사관과 밀라노 대사관 등을 통해 구조를 요청한 반면 언론이 움직이지 않으면 관심밖으로 여기는지라 mbc를 통해 보도 요청했더니 세계적 뉴스에 공감했다.
전화 내용 자체가 9시 뉴스에 보도될 줄은 몰랐는데 지인의 연락을 받고 인터넷으로 청취했더니...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003871_5780.html
공항에 도착한 딸 내외는 기자들의 접근을 애써 막아 달라고 하여 비밀리에 입국하여 리무진으로 돌아와 긴박했던 순간을 청취했다.
말이 쉬워 5시간이었지 죽을 고비가 이런거라는걸 느꼈단다.
피곤해서 잠자려고 하는데 화장품 등이 떨어져 이상하게 생각되어 잠시 나간 오빠?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급히 돌아와 사정의 전말을 눈치챌 무렵 정전이 되었고 급한 김에 오마모리와 신악가와 친필 책만 챙겨 나왔다고 한다.
이미 밖은 아수라장이 되었더란다.
4229명의 승선자들이 서로 탈출하려 아수라장이 된 캄캄한 바다위에서 타이타닉을 상상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들이 겹쳐 질서는 없어져 버렸는데 선장이 먼저 탈출해 버리고 승무원들 마저 먼저 탈출한 현장에는 질서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단다.
어디가 어딘지도 분간 못하는 어둠속에서 타이타닉이 4시간만에 완전 침몰했다며 지금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구조가 되지 않는다며 씨끌벅적할 무렵, 걱정할까봐 연락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변해 집에 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세 시간이 지났을 무렵 헬기가 뜨게 되고 구조선이 오긴 왔으나 작은 돛단배 같은 것이라 몇 명 타지도 못했단다.
갑판 위에서 겨우 내려와 탄 구명정이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는다며 다시 갑판으로 올라가라고 했을 때 밧줄 사다리에 서로 올라가기 위해 남자들이 손을 쳐 낼 때 하마트면 물 속으로 떨어질 뻔 했단다.
부등켜 안고...
서로 먼저 올라가라며 격려할 때 소연이가 먼저 올라오는데 오빠가 올라오는 느낌이 없어 '오빠야 안 올라오고 뭐하노?'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을 때... 영영 이산가족이 되든가 어찌 된게 아닐까 싶었단다.
그냥 고정된 사다리를 쳐다만 봐도 아찔할건데 움직이는 밧줄 사다리에도 오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긴박한 순간 그게 위험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생명선으로 느껴졌단다.
올라오다 밧줄 사다리에 몸을 의지한채 차가운 쇳덩어리에 배를 대고 2시간 동안이나 기다릴 때의 불안과 공포... 다행히 신명을 외우며 자꾸 졸린다며 잠을 자는 오빠야를 깨웠단다.
자는 오빠야를 깨웠더니 하늘에 빛나는 반짝이는 별을 보고 저 별이 뭔줄 아냐?고 물어 그게 지금 보여? 하니까 저게 북극성인데 저 북두칠성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오빠야의 천진스러움에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단다.
무서움과 두러운 공포의 5시간 쯤 작은 배에 구조되어 나오긴 했으나 영하의 날씨에 입은 옷은 시원찮은데 겨우 담요 한장에 의지하여 몇 시간 동안 추위와 배고픔에 감기와 몸살까지 겹쳤는데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밤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단다.
가끔씩 자기 폰으로 대사관 영사관에서 전화가 왔지만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밧데리가 다 되어가서 길게 전화도 하지 못했단다.
그래도 수많은 실종자가 있다는데 아무 것도 가져나오지 못한건 괜찮았는데 어딘가 따뜻한 곳에 안내해 주면 좋겠다 싶을 때 영사관에서 나와 로마 공항 옆 힐튼가든인호텔에 안내해 주었으니 고마웠단다.
다음 날 대사관 직원들이 살아나온 한국인 34명을 한데 모아 맛있는 음식과 구호 품 잠바와 속옷 등을 나눠 주며 전화번호 멜 등을 공유하게 하여 카페를 만들기로 했단다.
어느 포항에 사는 대학생 자매는 그 와중에도 짐 다 챙겨놓고 가져나올꺼 다 가져 나왔다면서 기울어 물이 차 오를 때 잠자다 깨었는데 나오다 보니 피를 딛고 나와 피 묻은 옷이었다고 한다.
집기 등이 쏟아지며 깨어졌기에 기울어진 배에 신발을 신고 나오면 미끄러워 맨발 속옷 차림이니 다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단다.
구조된 다음날이 사위의 첫 생일이라 첫 생일은 장모님이 해 준다기에 근사한 생일상을 차렸다. 사부인과 사지 분들이 참석한 생일은 의미가 깊었다.
참석 못한 사돈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애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은 사돈 덕분인 것 같다며 인생 바닥을 친 대난을 겪었으니 앞으로 잘 살 것이라며 위로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겪은 생사기로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 어떤 난관이라도 충분한 수호라 믿고 함께 할 두 사람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해 본다.
다음은 공항에서 잠시 기다리는 중 동아일보 기자가 훔쳐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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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불로 감싸 나왔더니…” 생생한 그 밤의 악몽
이탈리아 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에서 26시간 만에 구조돼 화제를 모은 한기덕 정혜진 씨 부부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당시를 떠올릴 때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인천=연합뉴스
허상탁 씨(60)는 인천공항 입국장 E번 게이트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다시 한국 땅을 밟는 딸에게 선물로 줄 장미꽃 12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허 씨의 부인 손말순 씨(57)도 연신 두 손을 모았다 폈다.
딸과 사위는 13일(현지 시간) 승무원과 승객 4229명을 태우고 지중해 관광에 나섰다가 토스카나 제도에서 암초에 부딪친 뒤 좌초돼 전복됐던 이탈리아 유람선 콩코르디아에 탔던 한국인 승객 35명에 포함돼 있었다.
19일 오후 6시 26분 인천공항 1층 입국장 E게이트 전광판에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한 대한항공 KE928편의 도착 사인이 떴다. 예정됐던 도착 시간인 오후 5시 10분보다 1시간 16분이 지난 뒤였다.
딸 소연 씨(31)의 모습을 본 허 씨는 그저 말없이 딸을 안아줬다. 사위 엄태훈 씨(36)는 울먹이는 장모를 감싸 안았다. 소연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고 당시 남편이 간식을 사러 간 사이 갑자기 선반에 올려둔 화장품 하나가 스르륵 떨어졌다”며 “이어 화장품이 주르륵 떨어지자 ‘뭔가 잘못 됐구나’ 생각했는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 26시간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0시 30분경 객실에서 구조된 신혼부부 한기덕, 정혜진 씨(29) 부부도 출국장 게이트가 열리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트레이닝 하의에 감색 패딩 점퍼를 입고 나온 한 씨는 부인이 끌고 나온 작은 검은색 캐리어를 자신의 손으로 들면서 “깜깜한 객실에 있을 때 무섭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이 더 고생이 많았다”며 “구조대가 왔을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건강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날 귀국한 승객들은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위급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다 대피와 구조도 무질서 상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날 귀국한 승객들은 “사고가 일어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갑판 위로 올라왔는데, 사고 뒤 2∼3시간 후에야 구조헬기가 뜨고 작은 배들이 주변으로 모였다”며 “승무원들도 당황해 전부 우왕좌왕하느라 갑판은 아수라장이 됐고 당황해서 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승객을 대피시키는 승무원이나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 선장이 나오는, 영화 ‘타이타닉’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송문희 씨(46)는 “안내 방송도 없어 나중에야 구명정을 타러 갔는데 한동안 구명보트에 태워주지 않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자다 깨 겁에 질린 아이들을 이불로 둘둘 말고 밖으로 나와 추위에 떨었지만 승무원은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은 채 자기들이 먼저 구명정에 올라탔고 선장은 도망쳤다”며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천=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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