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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추행 형언 못 할 피해 교회가 애정 갖고 치유 도와야” [중앙일보]
미국 간 교황, 성인 된 피해자들 면담 미국을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일 워싱턴 내셔널 파크 스타디움에서 사제와 신도 4만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 미사를 집전했다. 오전 9시30분 교황이 전용 자동차를 타고 등장하자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사제와 신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교황이 강론을 통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지적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교황은 “약자에 대한 성 학대의 결과로 미국 교회가 겪은 고통을 스스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추행으로 가해진 고통과 피해는 어떤 말로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문제로 미국의 교회가 입은 손상도 형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며 “여러분 모두가 치유와 화해를 이루고, 상처받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 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교황은 미국 방문의 주제로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을 꼽고 교구 설정 200주년을 맞는 미국 가톨릭 교회가 과오를 반성하고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에선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열창했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워싱턴 주재 교황청 대사관에서 사제들의 성추행 피해자 5∼6명과 개별적으로 만났다. 교황은 이제 성년이 된 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이 요청해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피해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스턴 교구에서 사제들에게 추행당한 소년·소녀 1000여 명의 명단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제 5000여 명이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는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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